목회칼럼

가을 하늘 아래서 문득 피어나는 감사

장정훈
2025-10-24


가을 하늘 아래서 문득 피어나는 감사


가을 하늘은 참 특별합니다. 여름의 무게를 다 내려놓은 듯 가벼우면서도, 겨울의 차가움이 닿기 전의 따스함이 남아 있습니다. 하늘이 이렇게 맑고 투명할 수 있을까 싶은 날이면, 문득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마음이 고요해지고, 괜스레 “참 좋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쩌면 이 계절에는 말보다 침묵이 어울리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이 스스로 설교를 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그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왜 감사는 늘 하늘이 맑을 때만 떠오를까?”
날씨가 흐리면 마음도 흐려지고, 바람이 차가우면 감사의 고백도 줄어듭니다. 우리는 언제나 ‘좋을 때 감사하고, 어려울 때 침묵하는’ 신앙의 습관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감사는, 모든 것이 잘될 때보다 그렇지 않은 날에도 하나님을 잊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가을 하늘은 사실 여름의 폭풍을 통과한 하늘입니다. 수많은 비구름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맑음이 남았습니다. 감사도 그렇습니다. 아무 일 없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일들을 지나오며 얻어진 하나님의 흔적을 보는 눈입니다. 하늘이 이렇게 푸른 이유는 비가 그쳤기 때문이고, 마음이 이렇게 감사한 이유는 고난이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감사는 평탄함의 결과가 아니라, 회복의 증거입니다.

성경을 보면 감사는 언제나 반전의 자리에서 피어났습니다. 감옥에 갇힌 바울이 찬송으로 하나님을 높였고, 고난 중에 있던 욥이 “주신 이도 여호와시오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감사는 상황이 아니라 시선의 문제입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아도, 하나님을 보는 눈이 바뀌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가을의 아름다움은, 그 모든 변화의 결과입니다. 낙엽은 떨어지지만, 그것은 죽음이 아니라 새 생명을 위한 준비입니다. 감사도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잃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께서 여전히 남겨주신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신앙 안에서의 감사는 ‘가지고 있는 것’보다 ‘아직 남아 있는 것’을 세어보는 일입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 가족의 사랑을 깨닫고, 실패를 겪고 나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가을 같은 감사입니다.

감사의 반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감사는 상황이 좋아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이 여전히 나의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감사는 우리가 가진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신앙의 고백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이 흐려도, 길이 막혀도, 눈물이 나도 우리는 여전히 감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시고, 그분의 사랑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깨닫습니다. 감사는 하늘의 색처럼 변하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고백입니다. 하늘이 맑아 고마운 것이 아니라, 그 맑음 속에 하나님을 보게 되어 감사한 것입니다. 감사는 우리 마음의 날씨를 바꿉니다. 그리고 그 감사의 마음이, 무너진 영혼을 다시 세웁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가을 하늘의 맑음 속에서 주의 손길을 봅니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시고, 낙엽이 지는 자리마다 새로운 생명을 예비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찬양합니다. 주님, 우리는 종종 하늘이 맑을 때에만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흐린 날에도, 바람 부는 날에도, 하나님이 여전히 함께하심을 기억하며 감사하기 원합니다. 감사는 형편이 아니라 시선임을 깨닫게 하시고,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을 주옵소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의 입술에서 감사가 멈추지 않게 하옵소서.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백합니다. 하늘이 푸르러서가 아니라, 그 하늘을 주신 하나님이 계시기에 감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장정훈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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