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부활주일을 기다리며

장정훈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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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주일을 기다리며


어느새 봄이 깊어졌습니다. 들판에는 개나리가 노란 빛으로 봄을 알리고, 거리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그리고 제 책상 위에는 후리지아 꽃병이 놓여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단히 닫혀 있던 꽃망울이 하루가 다르게 열리며, 이제는 향기로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면, 이 작은 꽃 하나에도 ‘생명’이라는 신비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봄의 꽃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말해 줍니다. 죽은 것 같던 땅에서 생명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겨울 내내 메말라 있던 가지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시간 속에서, 생명은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자, 그 생명은 숨길 수 없이 드러나 꽃으로 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봄의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봄의 한가운데서 부활주일을 맞이합니다. 부활은 단순히 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가장 분명한 생명의 선언입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절망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선포합니다. 봄의 꽃들이 겨울을 뚫고 올라오듯, 주님의 부활은 죽음을 뚫고 나타난 하나님의 생명입니다.

고난주간이지만 꽃가게에서 후리지아를 샀습니다. 몽울들이 서서히 노랗게 피어나며 향기를 내고 있습니다. 제 책상 위의 후리지아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꽃은 스스로 피어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부활도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계획 속에서 이미 준비된 생명의 역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이제 우리에게까지 흘러옵니다.

그래서 부활은 단지 예수님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활은 우리의 생명이 됩니다. 여전히 삶이 겨울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기도의 응답이 더딘 것 같고,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 같고, 마음이 지쳐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생명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반드시, 하나님의 때에 우리 삶에도 부활의 꽃을 피우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번 부활주일을 맞이하며 우리는 꽃을 바라보는 눈을 넘어, 생명을 바라보는 믿음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개나리와 벚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감탄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우리 안에 심겨진 부활의 생명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주님은 살아나셨고, 그 생명이 지금 우리 안에 살아 역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봄, 피어나는 꽃들처럼 우리도 다시 살아나기를 소망합니다. 낙심 대신 소망으로, 절망 대신 믿음으로, 죽음의 그림자 대신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이 살아나셨기에, 나도 다시 살아난다."





장정훈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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